나의 언어 교학(教學) 체험 20가지

    PROFESSOR COLUMN교수칼럼

나의 언어 교학(教學) 체험 20가지

0 1,137 2020.04.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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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전공은 언어학이 아니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언어 학습에 대한 흥취가 언어학 전공자들에 못지않았다. 학교에서 조선어(한국어), 중국어, 러시아어, 영어를 배웠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웠으며, 30대 중반에 독일어를 배운 적도 있다. 그외에도 배워보고 싶던 언어가 있었지만 제대로 배워낸 언어는 결국 몇이 안된다. 그리고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가르쳐 본 적도 있다.


돌이켜보면 경험도 있지만 교훈도 적지 않다. 조선족주말학교 운영에서 이러한 경험과 교훈을 이용하느라 하지만 제대도 안될 때가 많다. 여기서는 나의 체험(배울 때 체험, 가르칠 때 체험, 언어 교학 조직 체험 등) 중에서 현단계 우리 주말학교 우리말 교육과 학습에서 참고가치가 있으리란 것들을 20가지로 정리해 본다. 우리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되기 바란다. 

  

1. 독학의 고충. ‘우리말, 지금 안 배워도 괜찮아. 필요할 때 독학으로 배우면 되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나의 일어 공부는 2시간 청강 외에 100% 독학. 복단대 대학원 입시 97점, 당시 외국어 최고 득점. 많이 활용했고 일본 가서 일어로 특강한 적도 있다. 단, 독학은 언어학습에 좋잖다. 대가가 너무 크다. 학교에서 배우도록 해야 한다.


2. 우리말 학교. ‘애들한테 우리말 가르치려 해도 학교가 없어서.’ 이제는 아니다. 화동조선족주말학교가 호소절(滬蘇浙) 방방곡곡에서 샛별처럼 반짝거린다.


3. 현명한 선택. ‘아이들이 너무 힘겨워.’ 득(得)이 있으면 실(失)이 있다. 자녀들을 위한 우리말글 교육의 선택은 부모들의 영원히 후회되지 않을 현명한 선택이다.


4. 우리말 환경. ‘언어환경이 좋지 않아서.’ 환경은 인간을 만든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을 개변할 수 있다. 필요되는 우리말 환경은 우리가 창조해야 한다.


5. 위성 안테나. 우리말 환경은 우선 볼거리, 들을거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한국 TV방송을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지름길이다.


6. 가족 공통어. 조선족 가정의 공통어는 우리말이다. 모든 언어 공부는 듣기에서 비롯된다. 부부간 우리말의 규범적 사용은 자녀의 우리말 조기 교육에서 제일 중요하다.


7. 부모 자녀간 대화. ‘유치원 때부터 애들이 중국말만 해서.’ 그때가 고비다. 물러서면 안된다. 부모는 우리말, 아이들은 중국말, 이렇게 하는 대화라도 차선이다.


8. 다문화 가정. ‘그 사람이 우리말을 전혀 몰라서.’ 다문화 가정은 쌍어 제도가 가능하다. 조선족 일방이 자녀 및 배우자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면 된다. 하루 10분간!


9. 우리말 우리넋. ‘이 바쁜 세월에 우리말 꼭 배워야 하나.’ 우리말에는 우리넋이 담겨 있다. 우리말은 우리넋을 담는 제일 좋은 그릇이다. 우리넋은 우리말에 담자.


10. 우리말글의 운명. ‘중국어와 영어를 알면 되지 않나.’ 되고 안되고를 떠나, 역사상 이래저래 무시됐던 우리말글이 가장 쓸모 있게 된 것은 오늘날이다. 아끼자.


11. 성공한 담임 선생님. O샘은 우리말 강의를 잘 한다고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O샘이 떠난 후에도 애들이 빠지지 않았다. 왜? 답안: ‘난 우리말이 너무 재미있어요.’  


12. IT를 탄 민족공동체. ‘이제 조선족은 공동의 삶터가 많지 않아.’ 산산이 흩어지는 조선족을 하나로 묶어세우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바로 IT다. 실례: 온라인 수업.


13. 대면 대화. ‘IT 또는 AI가 좋기는 한데 어쩐지.’ 때문에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언어 교육에서 반드시 필요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인 대면 대화다.    


14. 그림책 읽어주기. ‘아이들이 알아 들을까.’ 그림을 보는 아이, 아빠가 읽어주는 우리말 소리를 들으면서 저절로 내용을 터득한다. 하루에 5분간, 한 책을 30번 정도.


15. 우리글 딱지. 1958년 문맹 퇴치 때 본 기억이 난다. 집에 있는 가구들에 붙인 그 명칭 딱지들을. 이제는 중국어, 영어, 한국어 3개 문자로 된 딱지를 붙이자.


16. 하루에 하나. 외국어를 배울 때 매일 낱말 하나씩 추가로 늘리는 학습 방법을 이용해 본 적이 있으리라. 날마다 우리말 낱말 하나씩 배운다. 3년만 견지하면 성공!


17. 낱말은 반복. ‘낱말 도대체 몇 번 읽어야 기억될까.’ 누구도 모른다. 알 수도 없다. 자꾸 반복하여 보고 읽고 쓰고 듣고 말하면 기억된다. 100번쯤이면 기억될 것 같다.


18. 언어는 시간. 언어 수준은 학습에 소요된 시간에 정비례한다. 천재가 없다. 시간 들여 제대로 배워둔 언어는 아무리 ‘지식 폭발’ 시대라도 평생 쓸모가 있다. 


19. 이삭줍기. 산 언어는 새 단어, 새 표달 방식을 종종 만들어 낸다. 아무리 익숙한 언어라도 모를 말이 있게 된다. 때문에 게으름 없이 적어 두고 익혀야 한다.


20. 말을 해야 배우는 말하기. 수영은 물속에 들어가 헤엄을 쳐야 배우고 축구는 운동장에서 공을 차야 배우듯이, 우리말하기는 ‘우리말 마당’에서 우리말을 해야 배운다. 


[ 20200412]

(얼마전에 ‘선택과 노력’이란 제목으로 써서 발표하였던 글은 여러 번 수개하였었는데 오늘 읽어보니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아 또 수개하였다. 이제는 당분간 고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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