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34. 천지꽃과 강남 조선족

    PROFESSOR COLUMN교수칼럼

MG34. 천지꽃과 강남 조선족

박창근 0 865 2022.05.23 19:34

MG34. 천지꽃과 강남 조선족

 

 


는 어려서부터 천지꽃을 무척 좋아하였다. 어릴 적에 나의 삶과 가장 가까운 꽃이 천지꽃이었다. 이른 봄 천지꽃이 피기 전에 벌써 산에 가서 꽃가지를 꺾어다가 유리병에 꽂은 후 물을 부어 넣고 꽃이 피기를 기다린 적도 있다. 현재 볼 수 있는 수많은 화려한 꽃들과 비교하면 아마도 천지꽃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끌렸던 것 같다. 


 

c8ec93985953bbb4d49b2fe797947ce4_1653304968_2562.png

 

그렇다고 천지꽃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해 본 적은 없다. 나는 학교 다니어 한자를 배운 후 천지꽃은 한자로 天池花라 쓰는가 하였다. 그 유명한 백두산에 천지꽃이 많이 피어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혹시 天地花라 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늘과 땅을 잇는 꽃이라는 뜻을 담아서......” 

 


 

c8ec93985953bbb4d49b2fe797947ce4_1653305055_291.png

 

랜 후에야 천지꽃은 함경북도 사투리고 표준어로는 진달래(金达莱)이며, 한자로 천지꽃天池花天地花가 아니라 天指花라 쓴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天指花란 한자를 언제부터 썼는지가 이상스럽다. 위서인 “환단고기”를 인용하여 BC 1763년에 天指花를 심었고, 그 다음은 天指花郎이 생겼는데출처: 안호상. 겨레역사 6천년, 기린원: 서울, 1992년, 171-172., 이것이 신라 때 “화랑”의 기원이란 해석도 있다. 어찌 믿을 수 있는가. 天指花 석자가 씌어있는 다른 문헌을 단 한 쪼가리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환단고기”에서 퍼 온 것을 퍼 나르기만 하지 말고. 


 

c8ec93985953bbb4d49b2fe797947ce4_1653305236_2942.png       c8ec93985953bbb4d49b2fe797947ce4_1653305367_774.png  


1978년에 상하이에 와서 중국 강남에도 “진달래”가 많음을 보게 되었다. 깜짝 놀랐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진달래라 하지 않고 “두견화(杜鹃花)”라 하는 것 같다.후에 한국에 가서는 “철쭉꽃(踯躅花)이라는 단어를 배웠고 일본에서 도입됐다는 영산홍(映山紅)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식물학 지식 부족하여 이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지만 두견화(중국에서는 두견화=영산홍이라 여긴다)나 철쭉꽃이나 모두 내가 어릴 적에 보던 천지꽃은 아니다. 나의 고향 화룡은 인구는 자꾸 줄지만 진달래 마을, 진달래 축제, 진달래 비행장 등으로 천지꽃(=진달래)의 명성은 높아 , 진달래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주화(州花) 되었다.

 


 c8ec93985953bbb4d49b2fe797947ce4_1653305470_4718.png 


10여 년 전부터 연변의 “천지꽃”이 상하이에서 만발하기 시작하였다. “진달래 무용단”이 상하이 시민 무용 경연에서 거의 번마다 1등상을 거머쥐었다. 모든 상하이 조선족인들의 공동 자랑거리였다. 천지꽃은 상하이 조선족의 “영원한” 자랑거리가 될 것만도 같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무용단은 2년전에 해체되고 말았다. 지나 간 이야기지만 이 무용단이 한국에 운영비 지원을 신청하였다가 탈락된 적이 있다.    

 

허성운 칼럼니스트는 2020년에 “천지꽃과 진달래는 동일한 꽃을 말하지만 천지꽃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진달래로 바라보는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진달래는 피고 천지꽃은 진다.”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연변일보, 2020.07.16. 혹시 그분이 당시 “상하이 진달래”가 지는 장면을 봤었다면 뭐라 썼을까. 이제는 천지꽃이 “두견화”라도 되어서 피어야 할까. 

 

한편, 우리민족은 상하이에 정착하면서 무궁화가 두견화처럼 많지는 않지만 상하이 각지에 널리 분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운명이다. 가령 우리민족의 상하이 정착이 없다면 과연 이곳에서 천지꽃과 무궁화를 더불어 담론하는 사람이 있을까.  

(20220418, 박창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