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낭송낭독대회 자료집 머리말(2024년)
주제어: 심사기준, 심사 공정성, 발음
경연에는 심판이 있고 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특히 어린이 경연에서 심판의 공정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채점에서 조금이라도 불공정함이 어린이들에게 감지되면 그들의 여린 마음에 치유 불가한 상처를 남긴다. 때문에 저희 주말학교가 주최하는 낭송ᆞ낭독대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채점의 공정성을 강조한다.
우선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아직 심사기준을 만들지 못하고 그냥 “심사기준은 표준한국어 발음법과 낭독 관련 규정 및 관례에 따라 한다”고만 밝혔다. 2019년-2020년에는 낭독자의 “발음, 감정, 태도”를 종합 고려하여 채점한다고 규정하였고, 2021년에는 낭독 유창성 40%, 발음 정확도 30%, 감정(표현력) 20%, 청중 호응도 10%라고 규정하였으며, 2022년에는 낭송ᆞ낭독 유창성 40%, 발음 정확도 30%, 감정ᆞ태도(표현력) 30%로 규정하였다. 2023년-2024년에는 낭송ᆞ낭독 유창성 30%, 발음 정확도 30%, 감정ᆞ태도(표현력) 20%, 청중 호응(전달력) 20%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각 심사위원은 위의 심사기준에 대한 자기 개인의 이해에 의해 채점하되, 모든 낭송자ㆍ낭독자들에게 심사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강조하였다.
심사위원들이 참답게 한 결과로 지난 7회 낭송ᆞ낭독대회 채점 결과에 대하여 이의가 제기된 적이 없다. 채점의 불공정ᆞ불공평 때문에 옥신각신 다툼이 있었거나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그치지 않은 일부 경연과 비교하면 공정성만큼은 잘 지켜온 것 같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그 동안 묵묵히 심사위원장 및 심사위원을 맡아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한편, 이번에는 발음에 대하여 몇 마디 말하고 싶다. 언어 학습에서 발음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국어 발음이란 말이 나오면 나는 으레 30년전 일이 생각난다. 1992년 4월 나는 10여년간 학습ᆞ연구한 결과를 종합하여 《系统学基础》란 책을 거의 완성할 무렵, 다음에는 한국학을 연구하려고 복단대학교 총장한테 <한국연구센터> 설립을 제안하여 성사시킨 후 반년여 동안의 준비를 거쳐 1994년 9월에 한국산업정책 연구차 고려대학교 경제연구소로 연구하러 갔었다. 그해 국경절에 재한 중국 유학생 및 방문학자 모임에서 한 외교관의 연설이 있었다. 참답게 준비한 거라 아주 유창하게 하였지만 나는 그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거의 알아듣지 못하였다. 발음이 너무 이상하여서였다. 북조선 유학 경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북조선 발음을 해서 알아듣지 못한 것은 단연 아니었다. 당시에는 “어쩌면!”이란 생각이 났었지만 후에 복단대학교 본과생ᆞ연구생들한테 한국어를 좀 가르쳐 보니 정말 제대로 발음하기 힘들어 하는 친구들도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바로 이렇다. 다른 항목들을 아무리 잘해도 발음을 잘못하면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때문에 우리 교사나 학부모들은 반드시 학생들의 한국어 발음에 신경 써야 한다. 학생들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음절이 어떤 음절이고 교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를 잘 고려하여야 한다. 너무 성급해 하여서는 안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교정하려 해도 안된다. 자칫하면 학생들의 학습열정에 찬물을 끼얹어 그들이 한국어 공부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한국어에는 자음자 19개, 모음자 21개, 받침자 27개, 음절자 11172개가 있어 일견 배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우리민족 자녀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글자는 많지 않다.
작년 낭송ᆞ낭독대회에서 어린이들의 발음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범란 3년간 온라인 수업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올에는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헤엄은 헤엄을 치면서 배우고 말은 말을 하면서 배운다. 낭송이나 낭독도 마찬가지다. 우리말을 듣고 말할 기회가 줄어가는 현실에서 노력이 유일한 해결사인가 싶다.
마지막으로 제8회 조선족 어린이 한국어 낭송ᆞ낭독대회의 개최와 진행에 기여한 모든 개인 및 단체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
2024년 6월 2일
박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