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낭송낭독대회 자료집 머리말(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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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낭송낭독대회 자료집 머리말(2020년)

박창근 0 605 06.19 08:54

4회 낭송낭독대회 자료집 머리말(2020년)


주제어: 삼자경, 고성낭독, 우리말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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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어른들이 책은 소리를 내서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일이 생각난다. 소리를 내지 않고 책을 보면 “죽은 글을 읽는다”고 꾸지람을 하셨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그때 물어본 적이 없어 이제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옛날 서당에서 읽는 책은 한어로 된 책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추측해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三字經 배운다고 선생이나 학생이나 모두 중국말을 모르는 상황에서 읽고(낭독) 쓰는 외에 또 무슨 공부 방법이 있었겠는가. 여기서 “낭독”이라는 것은 한문을 중국어 발음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발음으로 읽는 것이다. 예를 들면, 三才者,天地人。三光者,日月星。三綱者,君臣義。 “삼재자 천지인. 삼광자 일월성. 삼강자 군신의.” 라고 읽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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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한국어 음독을 알기 위해서는 千字文(周興嗣, 470~521) 먼저 배워야 한다. 이 천자문은 겹치는 글자가 없는 1000개의 한자를 무질서하게 배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4언절구의 한시(漢詩로서 521년에 벌써 신라에 도입되었다 한다. 처음 4구절을 보면

    宿

이라 놓고

천지현황 우주홍황  일월영측 진수열장

이라 달달 외워야 한다. 한자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하늘 (天),  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黄),

 宇), 집 주宙), 넓을 홍洪), 거칠 황荒).

이라 외워야 한다. 지금은 한글이 있어 이렇게 적어 놓을 수 있는데 옛날에는 그냥 읽으면서 기억해야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된다.

 

이만하면 옛날 사람들이 “낭독”을 그렇게 중요시했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신식 교육을 받았으므로 千字文 읽으라는 핍박은 받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낭독”은 강요되었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소학교 3학년부터 한어(漢語 배웠다. 당시 우리 동네는 거의 전부가 조선족인이었다. 우리집 뒤에 한족 소학교가 있었지만 당시 조선족 애들과 한족 애들은 함께 놀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때문에 중국말은 들을 기회도 말할 기회도 없었다.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따위는 본 적도 없다. 우리집 가까이에 영화관(당시 화룡에서는 유일한 사회주의 건물이라 불렸다)이 있었고 중국말 하는 영화도 상영하였는데 우리 동네에 사는 아저씨가 우리말로 통역해 주었다. 그분의 직업이 영화관에서 통역을 하는 것이었다. 혼자서 남녀노소 모두의 목소리를 냈으니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    

 

거의 유일하게 중국말을 들을 있는 것은 한어과 시간이었는데 한어 선생님도 수업할 주로는 조선말을 많이 했고 한어는 말하는 것보다 교과서를 읽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 시간 외에 한어 선생님은 학생들과 중국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가 중국말을 하거나 듣거나 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바로 “낭독”이었다. 학교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되지 않지만 첫시간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高聲朗讀 시간을 두고 학생들이 마음대로 자기가 읽고 싶은 한어 교과서 과문을 높은 소리로 읽게 하였다. 그 당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후 그런대로 니디 워디 하면서 중국말을 있게 데에 가장 기여를 환절은 아마도 高聲朗讀이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그 낭독 시간에 중국말을 하기 위한 발음기관 관련 근육이 많이 단련되었을 것이다. 한 언어의 특수 발음을 내기 위해서는 관련된 특수 부위의 근육이 단련되어야 하는데 이는 그 언어로 말하고 읽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낭독”은 말하기에 중요한 것이며 “高聲朗讀”은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뇌력과 체력의 결합이 필요된다.  

 

“낭독”은 현재 우리 주말학교 어린이들이 우리말을 배움에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때문에 나는 주말학교 수업 현장을 돌아볼 때 간혹 어린이들이 한글 책을 읽는 소리가 들리면 더없이 친절한 감을 느낀다. 유감스럽지만 한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데는 많지 않다. 향후 우리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 주고 또한 학생들이 자체로 많이 읽도록 인도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몇 가지 언어를 배워봤는데 한국어는 소리가 유난히 아름답다. 어린이들이 언제 그렇게 느낄 수 있을까. 어린이들은 자기가 읽는 책의 내용이 재미있고 자기가 책을 읽을 때 나는 소리가 멋있게 들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꾸 소리 내어 읽게 된다.

 

2017년부터 낭독대회를 개최하여 이제 4년이 된다. 학부모들이나 어린이들로부터 가장 환영받는 행사 중의 하나이다. 코로나 때문에 열기가 식지 않았을까 걱정도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자료집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행사를 치르느라 많은 분들이 수고하였다. 이 기회를 빌어 행사 실무를 맡은 교직원들, 낭독 지도교사들, 자녀와 함께 출전하다싶이 노력한 학부모님들, 바쁘신 와중에도 심사위원을 맡아주신 교수님들과 사장님들, 특히 수년간 해마다 낭독대회를 후원해 주신 월드옥타 상해지사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번 낭독대회에 참여한 전체 어린이들에게 열렬한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이다. 승패에 너무 개의치 말기 바란다.  

2020년 11월 26일

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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