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4. “거르만”과 호주머니
우리 민족 고유의 옷에는 주머니가 없어 따로 주머니를 만들어서 차고 다녔다. 후에 중국 북방 계통 호인(胡人)의 옷을 본따서 조끼, 저고리, 적삼 따위에 헝겊 조각을 덧꿰매어 호(胡)주머니를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릴 적에 “호주머니”를 “거르만”이라 불렀다. 그러다가 언젠가 “거르만”은 러시아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연변의 조선족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1 학년부터 러시아어를 가르쳤다. 그래서 “거르만”이란 단어가 있는가 러시아어 사전을 찾아 보았지만 없었다. 모진 고생 끝에 “거르만”이 아니라 “까르만”(ΚΑΡΜΑΗ)임을 알게 되었다. 그럼 당시의 우리는 도대체 왜 “호주머니”란 말은 안 쓰고 “거르만”이란 말을 썼을까? (누군가 알려주시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