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35. 이모지 이야기

언어는 인간 사회와 인간 자체의 발전에 따라 발전한다. 메이지 유신(1860-90년대)을 계기로 일본인들은 서양 문물을 전면 도입하면서 “화제한어”(和制漢語)를 다수 만들었던 바, 현재도 한어 고유의 단어로 간주되기 쉬운 수많은 단어는 기실은 일본인들이 만든 것을 중국인들이 들여온 것이다. 그중 소수

는 기존 한어 단어에 새로운 의미을 부여한 것이었고 대다수는 기존 한자를 이용하여 새로 만든 단어였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모두 1000개 정도 된다는 설도 있으니 사실이라면 일본인의 창의력이 얼마나 대단하였고 중국에 대한 영향력이 얼마나 거대하였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哲學，物質，意識，主觀，客觀，空間，時間，感性，理性，理論，概念，思想，科學，物理，固體，細胞，分子，原子；社會，政治，經濟，文化，文明，革命，民族，宗教，階級，个人，法律，共和，議會，政府，公務員，政策，方針，組織，機關，系統，原則，規則，紀律，社會主義，共產主義；資本，勞動，銀行，商業，金融，保險，交通，分配，企業，代表，航空，鐵道，電信，電話，衛生，服務，品質，證券，會談，發明，申請；文學，美術，體育，體操，野球，喜劇，悲劇；등등,

위의 “화제한어”는 거의 그대로 한국어에도 도입되었다. “화제 한어”와 비교하면 “화제 한자”나 “화제 영어”는 아주 적다. 최근 20여 년간 일본인들이 만든 영어 단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Emoji인 것 같다. 일본어에서는 えもじ라 읽고 한자로는 繪文字라 쓴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이는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えもじ【繪文字=Pictograph】(名）北米「インジアン」土人間など に行はれたりし一種の文字、簡素なる略畫を以て觀念を表像せるもの。(廣辭林, 大正14年9月25日初版, 昭和13年9月18日490版)

えもじ【繪文字】文字發生の初期に屬し、繪畫により意思を表現 するもの。象形文字のさらに幼稚な段階。 ピクトグラフ。(広辭苑, 昭和30年5月25日初版, 昭和53年9月25日第二版補訂版第3刷發行）

えもじ【繪文字】➊绘画文字（比象形文字更幼稚的原始文字）。➋代替文字的符号或图形（如→指方向；厕所门上的男女头像表示男厕、女厕等）。➌代替文字的画。(现代日汉大辞典, 中国商务印书馆﹡日本小学馆，2000年﹡北京) 

위의 해석에서 알 수 있다시피 えもじ(繪文字)는 Pictograph, ピクトグラフ에 대응되는 역어지만 Emoji는 일본어 えもじ(繪文字)의 발음을 따서 만든 영어 단어다. 구리타 시게타카(栗田穰崇)가 1999년에 IT분야에서 사용한 えもじ는 바로 그가 만든“그림 문자”들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는 176개밖에 없었다. 2008년에 “일본에서 이모지가 없는 이메일은 이메일이 아니다”라는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손 마사요시, 孫正義，재일 한인, 1957년생, 소프트 뱅크 창업주 이사)의 주장을 받

아들여 애플이 아이폰에 이모지를 탑재하면서 이모지는 “세계 언어”로 급부상하였고 2013년 8월에는 옥스포드 영어사전 온라인판에 추가되기도 했다. 이모지 기호가 이미 3000개 정도 되었다고 하니 이미 상당히 “발달”한 언어 ∙ 문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모지는 새로운 시대을 예시하고 있다. 영어 단어 Emoji는 えもじ의 역어라고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이모티콘(emoticon)과 이미지(image)가 합쳐된 거고 emoticon은 emotion(표정)과 icon(아이콘)이 합쳐된 거라 해석되기도 한다. 따라서 예하면, 웃는 모양을 글자 또는 부호로 표현하면 ^^가  되는데  이것은 이모티콘이고, 웃는 모양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것은 이모티콘+이미지의 합성어인 이모지 다. 전통 문자로 표달이 불가능하거나 힘든 정보가 이모지에 의해 인터넷에서 활개치는 모습 정말 기특하고 가상하다.

한국인은 근대화에 뒤져 일본의 식민지로 추락한 적이 있었고 박정희 시대에 뒤늦은 산업혁명(1960-80년대)에나마 성공하면서 일본을 바짝 추격하여 IT 강국이 되었으나 이모지 관련 언어 혁명에는 별로 기여가 없어 또 한 번 추락하지 않나는 우려도 있었다. 손정의가 한국인 후예라는 것으로 기분이 유지되는 것 같았지만 손정의의 선조가 중국인(한족)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고 손정의 본인은 1991년 일본에 귀화하였다. 하지만 “세계 이모지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의 카카오프렌즈” 등에 의해 한국인은 결코 만만치 않음을 과시하고 있다. 일본어에서 기원한 단어인만큼 “에모지”라고 함이 옳은 것 같지만 시류를 따라 영어 발음을 따서 “이모지”라 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일본에 앞서려는 결의를 다진 것 같다. 대단한  민족임에 틀림없다. 

이모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 emojipedia.org에서 세계 언어로서의 이모지 숫자가 날로 증가하는 것을 보면 “이모지 어전”이 있어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시대 조류를 따를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되기도 한다. 중국 조선족인들이 뭘 좀 할 건 없을까. 우선 “이모지”란 단어는 알아두면 좋겠다.  

(20220424, 박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