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51. 코스모스는 밤에 꽃이 핀다

    PROFESSOR COLUMN교수칼럼

MG51. 코스모스는 밤에 꽃이 핀다

박창근 0 869 04.02 22:59

MG51. 코스모스는 밤에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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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코스모스란 꽃이름을 들으면 고향 생각이 저절로 난다. 특히 신동소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교실 밖에는 화단이 줄을 지어 있었다. 각 학급에서 가꾸는 화단이었다. 화단에 여러 가지 꽃들이 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코스모스가 많았다. 내가 코스모스를 좋아하여 많아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코스모스 꽃은 소박함이 특징이다. 화사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꽃은 하양ㆍ분홍ㆍ진분홍 따위로서 가지 마다 개씩 피고, 꽃잎이 꽃술을 에워싸고 있는데 겹치지 않아 더욱 소박해 보인다. 물조리(물뿌리개)로 물을 주던 정경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그 실제 정경이 아니라 그 언젠가에 본 그림 속의 모습이리라.

 

연변을 떠난 오랫동안 코스모스를 적이 없다. MG34. 천지꽃과 강남 조선족(www.wrm.kr/v1/board.php?bo_table=k1&wr_id=45&page=3)에서 진달래에 대한 얘기는 한 적이 있지만 코스모스는 정말 오랫동안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작년 가을에 한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코스모스 꽃밭을 보게 되었다. 수십 년간 상하이에 살면서 처음 본 코스모스, 정말 반가웠다.

 

한국어의 코스모스 일본어의 コスモス에서 같다. 물론 일본어의 コスモス가 그리스어 cosmos에서 왔으니 한국어의 코스모스 그리스어 cosmos에서 왔다고 있다. 일본의 廣辭林 コスモス는 있지만 秋櫻(あきざくら)가 없고, 廣辭苑 コスモス와 秋櫻 모두 있는 것을 보면 秋櫻 コスモス보다는 후에 만들어졌음이 틀림없다. 코스모스를 중국어로는 波斯菊秋英이라고 한다. 波斯菊 하는 것은 꽃이 페르시아에서 중국에 전래하였다고 하여 지은 이름이고, 秋英 일본의 한자어 秋櫻 해음(諧音)이라 한다. 티베트인이 지은 張大人花 이름도 재미 있다. 그런데 코스모스의 원산지는 일본도 중국도 페르시아도 아니고 멕시코라 한다. 코스모스란 식물의 여정에 못지 않게 코스모스라는 단어의 여정도 재미가 넘친다.   

 

심어 보려고 씨앗을 가져 왔는데 추운 겨울이라 화분에 심고 집안에 두었더니 싹이 나고 또한 무럭무럭 자랐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니 화분을 밖에 내놓았다. 따스한 봄기운에 꽃봉우리가 생기더니 어느새 꽃이 활짝 피었다. 여름이나 가을이 돼야 핀다는 코스코스 꽃이 3월에 핀 것이다. 계절은 사람이 만들 수 있다. 자연환경은 사람이 개조할 수 있다.

 

예쁘게 코스모스 꽃을 보면서 지난 2-3개 월 동안 주말학교 학생 모집 때문에 노심초사하던 나한테는 새로운 느낌이 든다. 코스모스를 꽃피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수월한 것처럼 우리말글 학습에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결코 어렵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다. 이제는 우리말글 환경이 좋지 않아서 우리말글을 배우지 못한다는 말은 그만! 의지만 있다면 산재 시대ᆞ산재 지역에도 반드시 우리말글 배움에 적합한 언어환경을 만들 수 있겠다.

 

코스모스는 우주, 질서, 조화가 아닌가.

코스모스는 밤에 꽃이 핀다.

(20240401, 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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