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48. ‘살’/’찰’, ‘산’/’찬’

    PROFESSOR COLUMN교수칼럼

MG48. ‘살’/’찰’, ‘산’/’찬’

박창근 0 706 2023.03.30 04:55

MG48. /, /

 


 

요새 한국 가수 배아현 씨가 부른 꽃바람 듣고 듣고 들어, 주변 사람들이 의아하여 왜 이 노래만 듣는가고 묻기까지 하었다. 이 노래가 듣기 좋고 또한 배아현 씨가 잘 부르는 것도 사실이나 이렇게 여러 번 듣게 된 데에는 다른 원인이 있다. 가사 중의 두 단어의 발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2c16dfa566707a02b52c6aef031c25d6_1680123088_8723.jpg

  

~ 바람 불면

~ 바람 불면

꽃바람이 살랑살랑

꿈에서도 그리던 찾아오려나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나만을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마디 남기고 떠난 사람

버들피리 불던 고향 불던 고향

시냇가에 무지개 뜨면

징검다리 건너서 돌아온다고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 꽃비 내리면

봄바람이 산들산들

꿈에서도 그리던 찾아오려나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나만을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마디 남기고 떠난 사람

하모니카 불던 고향 뒷동산에 보름달이 뜨면

산모퉁이 돌아서 돌아온다고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산모퉁이 돌아서 돌아온다고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여기서 살랑살랑 찰랑살랑 또는 찰랑찰랑으로 들리고 산들산들 찬들찬들 들린다. 수십 번 들어봐도 여전히 그렇다. 나는 내 나이가 많아 이제는 청각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여 한국어 듣기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도 하였다. 답은 나와 같았다. 역시 찰랑찰랑, 찬들찬들 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가수들(김용임, 홍지윤 등)이 이 노래를 부를 때 모두 살랑살랑, 산들산들이라 발음하였음을 확인하였고, 심지어 배아현 씨가 부른 이 노래의 다른 녹음에서는 살랑살랑, 산들산들이라 발음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틀린 발음 생겼을까? 그 가능한 원인의 하나는 가수가 잘못 발음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혀의 앞바닥을 윗잇몸에 가까운 입천장의 앞바닥에 닿을락 말락 붙여 발음해야  소리가 나는데, 혀의 가운데 바닥을 입천장에 붙이 발음하여  소리가 것이다(인용문 출처: 동아 새국어 사전 제5). 다른 하나의 원인은 가수는 정확히 발음하였는데 녹음방송 관련 기술 처리 중에서 어음(語音)이 틀리게 변조되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학생들이 우리말글을 배울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경우에는 여러 번 따라 읽도록 하여 교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는 아무리 여러 번 따라 읽어도 발음 교정이 안되는 학생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혀 등 발음기관의 위치와 운동을 교정하도록 해야 정확히 발음할 수 있게 된다,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발음에 대하여 너무 성급히 교정하려 하여도 안되지만 그냥 방치해도 안된다.

 

언어 학습은 듣기에서 시작된다.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발음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종합듣기능력은 개인의 청력계통, 어음 듣기능력 및 어의(語義) 이해능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초학자들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일차적 원인이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일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듣기는 제대로 들으면서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발음지도를 해야 한다.

 

듣기 지도나 발음 지도는 고도의 기교와 인내력이 수요되는 작업이다. 자칫하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엄중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 그리고 여느 민족 구성원이나 모어의 발음도 100%로 완벽할 수는 없음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의 불완전성 허용해야 한다.      

(20230330, 박창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