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41. 그림책 읽어주기
조선족 가정에서 예전에는 엄마가 자녀 교육 담당자였다. 하지만 도시화가 추진됨에 따라 요새는 자녀 교육에 아빠의 관심도 커가는 것 같다. 특히 자녀의 우리말 교육에서 그러하다. 이젠 모두가 “養不教 父之過”(三字經)란 말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많은 학부모들이 우리 말글 교육법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럼 유아반(3-5살)이나 초등반(6살 이상) 저급 학년생들에게 가정에서 우리말을 가르칠 경우 어떠한 방법이 좋을까? 두루 생각해 보니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기” 또는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기”가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나 개인의 체험을 참작하면서 그림책 읽기에 아래와 같이 제안하고 싶다.
그림책의 선택-1. 읽기 쉽고 내용이 간단하고 그림과 문구가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 좋다. 특히 전래 동요ᆞ동화는 오랜 세월을 거쳐 도태되지 않았다는 점만 봐도 애들에게 읽어주면 우리말 공부에 크게 유익할 것이다. 한국 전래 동요ᆞ동화, 중국 전래 동요ᆞ동화, 이솝 우화, 안데르센 동화 등이다. 물론 번역이 잘 된 것을 골라야 한다.
그림책의 선택-2. 위의 그림책 선택은 일반적인 도서 유형이나 종류의 선택이다. 구체적인 선택도 처음에는 부모가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애들한테 선택권을 줄 수 있다. 애들이 자기 전에 책 10권이나 들고 침대에 오르는 것도 볼 수 있다. 기실은 한 10쪽도 채 듣지 못하고 꿈나라에 가면서도.
누가 읽을까. 아빠 아니면 엄마, 엄마 아니면 아빠, 애는 누가 읽어도 다 좋아한다. 유아 교육을 위한 전문가들의 녹음이 들어 있는 오디오나 비디오면 더 좋으리라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을 수 있는데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애들은 엄마나 아빠가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목소리가 좀 거칠어도 괜찮다.
말 못할 억양 문제. 어떤 부모들은 자기의 발음이 표준적이지 않아 근심이다. 나는 “모어”의 억양이 어느 정도 애들에게 전승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그리고 그림책이 사투리로 쓴 책이 아니고 표준 한국어로 쓴 것이면 억양도 서서히 따라 간다. 물론 젊은 부모들이 먼저 자기의 억양을 표준화하면 금상첨화이리라.
한 번에 몇 분. 부모나 아이, 모두 할 일이 많다. 특수한 아이를 제외하고는 보통 아이에게 읽어주는 시간은 5-10분이면 충분하다. 너무 길면 아이는 듣기 싫어하고 어른은 제대로 읽지 못한다. 아이의 표정이나 행동거지를 보면서 그만 읽겠는가 아니면 더 읽겠는가를 결정해야 한다.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번역은 ‘금물’. 아이가 한어밖에 모르기에 번역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코끼리 그림을 보면서 “大象”,기린 그림을 보면서 “長頸鹿”라고 쌍어 교육을 한다. 필요 없다. 그냥 우리말로 읽어주면 된다. 아이는 그림을 보고 우리말을 들으면서 이건 “코끼리”고 저건 “기린”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몇 번 읽을까. 자기의 아이가 “過目成誦”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꿈꾸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한 책을 30번 정도는 읽어줘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웬만해서는 반복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으면 자꾸 읽어줘야 한다. 어떤 때는 아이더러 따라 읽도록 하는 것도 좋다.
날마다 읽기. 우리는 대뇌의 기억 기능에 의해 지식을 축적한다. 그러나 기억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새로 기억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망각되는 것도 있다. 좋기는 날마다ᆞ달마다ᆞ해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아다. 아이들이 “문맹”에서 벗어나서 자기 스스로 그림책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견지해야 한다.
누가 책장 넘길까. 아이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될 수록 많은 신체 기관을 동시 다발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아이들은 눈으로 그림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활동 부족이다. 두 손도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책장을 넘기는 일이다. 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어른들에게는 귀찮은 일일 수도 있지만.
인재시교(因材施教). 태교(胎教) 실패의 실례에 엄마의 배안에서부터 영어를 배우라고 영어 녹음을 듣게 하였는데 출생 후 그애는 영어 녹음을 듣기만 하면 “와-와-” 울어댔다는 것이 있다. 부모는 성의와 시간을 할애해 자녀에게 읽어주기만 해서는 안된다. 좀 더 많이 생각하면서 그림책을 읽어줘야 할 것 같다.
그 동안 “낭송ᆞ낭독대회” 때문에 오랫동안 “이삭줍기”를 하지 못했다. 오늘 “그림책 읽어주기”에 이렇게 10가지를 담았는데 여러분들이 함께 추가하기 바란다.
(20220621, 박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