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52. 우리민족 말글살이 진화의 4단계

    PROFESSOR COLUMN교수칼럼

MG52. 우리민족 말글살이 진화의 4단계

박창근 0 566 07.28 01:38

우리민족 말글살이 진화의 4단계

 


지은이 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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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자박물관(https://www.wzbw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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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세계상에는 2000여 개 민족이 있다고 한다. 정체성이 뚜렷한 민족은 모두 자기의 고유어가 있다. 민족 고유어는 통상 민족의 형성과 함께 형성된다. 우리민족(한민족 또는 조선민족)의 고유어는 우리말, 즉 현재 보통 한국어, 조선어라고 불리는 언어다.

 

언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특수한 창조물이다. 하지만 만약 인간 외의 다른 동물도 언어를 갖고 있다는 주장을 인정한다면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단순한 언어 수준의 차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인간은 문자를 창조하여 사용하면서 다른 동물을 완전히 따돌렸다. 인간사회의 참다운 역사는 문자가 있으면서부터다.  

 

문자언어와 음성언어의 비교에서 보면 후자는 장기 보존이 힘든 반면, 전자는 장기 보존이 쉽다. 음성언어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면 문자언어는 의식적인 창조활동의 산물이다. 어느 정도 발달한 민족은 문자를 사용하여 역사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주 발달한 동물도 문자는 창조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문자 전문 박물관 설립은 인간의 자기 인지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21세기의 일이다. 프랑스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 2007년 7월 29일 설립되었, 다음은 중국문자박물관 2009년 11월 16일 개관하였으며, 한국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023년 6월 29일 개관하였. 한글은 나이가 어리고 한국인은 생기발랄하다.

 

 글에서는 우리민족이 어떻게 말과 글을 사용하여 왔는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민족이라 함은 조상도 포함되는 , 주로는 맥(貊)ᆞ예()ᆞ한(韩)이다. 고조선은 맥의 국가였지만 위씨 조선 시기에는 예맥의 국가로 변모하였고, 고구려도 맥의 국가였지만 후에 점차 예맥의 국가로 변모하였고, 신라ᆞ백제는 한의 국가였다. 통일신라 시대에 한ᆞ예ᆞ맥의 통합이 이루어져 결국 한민족(조선민족)이 형성되었다. 언어상에서도 한민족 언어는 한계ᆞ예계ᆞ맥계 언어의 통합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우리민족 말글사는 아래의 4개 단계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다.

 

1단계: 말있글없 시대, 즉 말은 있으나 글은 없던 시대를 가리킨다. 말글 비대칭시대라고 할 수도 있다. 언제부터 시작되는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 만약 단군조선설을 원용한다면 기원전 2333년-기원전 108년이라 약 2200년간이다. 만약 기자조선설을 원용한다면 기원전 1120년-기원전 108년까지라  1000년간이다. 그런데 기자가 중국인을 5000명이나 데리고 조선으로 갔다 하니 중국 문자도 갖고 갔으리라는 추정이 합리적이겠으니 그때부터 조선은 한자를 사용하였으리라. 하지만 기자조선 때 한자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다. 오히려 이것이 기자조선설을 부인하는 근거로 되기도 한다. 때문에 말있글없 시대의 기간은 미상-기원전108년이라 적는다.

 

2단계: 말글 이원화 시대, 즉 말은 우리말, 글은 중국글이던 시대를 가리킨다. 중국은 상나라( 기원전1600-기원전1046  갑골문이 사용되었다. 한사군이 고조선 지역에 수립되면서 한자가 고조선 지역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훈민정음이 1446년에 반포되었으니 말글 이원화 시대는 기원전 108년-1446년의 약 1500년간이라 할 수 있다. 이두(吏讀)ᆞ구결(口訣)ᆞ향찰() 사용은 한자 사용범위의 확장이라 하기보다는 한국어 고유문자의 탄생에 대한 강열한 염원의 발로라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3단계: 우리말ᆞ중국글ᆞ우리글 혼용 시대, 즉 말글 이원화 시대에서 말글 일원화 시대로의 과도기라 할 수 있다. 한글이 창제되어 반포되면서 한국인의 문자 생활은 다양화되어 갔다. 예전처럼 이두(吏讀)ᆞ구결(口訣)ᆞ향찰() 한문(漢文)이 계속 쓰이었지만 대량의 한문(漢文) 문헌들이 한문()으로 번역되었고 한문() 또한 국민의 일상 문자 생활과 관청 서류 작성에서도 이용되는 과도기의 언어ᆞ문자 성격이 아주 짙게 나타났다. 이러한 혼란 국면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도 계속 연장되었다. 물론 일본 강점 후기의 식민당국은 우리말글 말살 정책을 강행하였으나 일제의 패전으로 한국은 말글 일원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민족 말글살이가 말글 이원화 시대에서 말글 일원화 시대로 전환함에는 1446년-1945년의 500년이란 긴 세월의 과도기가 수요되었다. 이는 우리민족 역사상 정말 위대한 전환이었다.

 

4단계: 이는 1945년 광복으로 시작된 시대다. 남이나 북은 제도가 다르지만 모두 말글 일원화를 실행하여 왔다. 아직 80년밖에 안된다. 한국인이 한글ᆞ한문()으로 한자ᆞ한문()을 대체하는 조치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한국의 장원한 발전을 저해하게 될 졸렬한 조치라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이 80년간의 한민족의 발전은 한글은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한, 세상의 다른 우수한 문자에 못지 않는 훌륭한 문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설명]

1)  글은 16회 화동조선족주말하교 교사연수회 자료집 부록1로 실린 우리민족의 말글살이:말있글없 시대에서 말글 일원화 시대로 부분이다.

2) 부록1의 이 첫 부분을 제외한 기타 부분의 내용은 우리민족의 시대별 한글 사용 개관(1443년-1945년)이라는 제목으로 공식계정 baeumteo 실려 있다.

(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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