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48. ‘살’/’찰’, ‘산’/’찬’
요새 한국 가수 배아현 씨가 부른 “꽃바람”을 듣고 듣고 또 들어, 주변 사람들이 의아하여 왜 이 노래만 듣는가고 묻기까지 하었다. 이 노래가 듣기 좋고 또한 배아현 씨가 잘 부르는 것도 사실이나 이렇게 여러 번 듣게 된 데에는 다른 원인이 있다. 가사 중의 두 단어의 발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 바람 불면
아~ 바람 불면
꽃바람이 살랑살랑
꿈에서도 그리던 님이 찾아오려나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나만을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그 한 마디 남기고 떠난 사람
버들피리 불던 내 고향 불던 내 고향
시냇가에 무지개 뜨면
징검다리 건너서 님이 돌아온다고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아~ 꽃비 내리면
봄바람이 산들산들
꿈에서도 그리던 님이 찾아오려나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나만을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그 한 마디 남기고 떠난 사람
하모니카 불던 내 고향 뒷동산에 보름달이 뜨면
산모퉁이 돌아서 님이 돌아온다고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산모퉁이 돌아서 님이 돌아온다고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
여기서 ‘살랑살랑’이 ‘찰랑살랑’ 또는 ‘찰랑찰랑’으로 들리고 ‘산들산들’이 ‘찬들찬들’로 들린다. 수십 번 들어봐도 여전히 그렇다. 나는 내 나이가 많아 이제는 청각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여 ‘한국어 듣기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도 하였다. 답은 나와 같았다. 역시 ‘찰랑찰랑’, ‘찬들찬들’로 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가수들(김용임, 홍지윤 등)이 이 노래를 부를 때 모두 ‘살랑살랑’, ‘산들산들’이라 발음하였음을 확인하였고, 심지어 배아현 씨가 부른 이 노래의 다른 녹음에서는 ‘살랑살랑’, ‘산들산들’이라 발음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틀린 발음’은 왜 생겼을까? 그 가능한 원인의 하나는 가수가 잘못 발음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즉 ‘혀의 앞바닥을 윗잇몸에 가까운 입천장의 앞바닥에 닿을락 말락 붙여’ 발음해야 ‘살’ 소리가 나는데, ‘혀의 가운데 바닥을 입천장에 붙이’고 발음하여 ‘찰’ 소리가 난 것이다(인용문 출처: 동아 새국어 사전 제5판). 다른 하나의 원인은 가수는 정확히 발음하였는데 녹음ㆍ방송 관련 기술 처리 중에서 어음(語音)이 틀리게 변조되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학생들이 우리말글을 배울 때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경우에는 여러 번 따라 읽도록 하여 교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는 아무리 여러 번 따라 읽어도 발음 교정이 안되는 학생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혀 등 발음기관의 위치와 운동을 교정하도록 해야 정확히 발음할 수 있게 된다,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발음에 대하여 너무 성급히 교정하려 하여도 안되지만 그냥 방치해도 안된다.
언어 학습은 듣기에서 시작된다.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발음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종합듣기능력은 개인의 청력계통, 어음 듣기능력 및 어의(語義) 이해능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초학자들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일차적 원인이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듣기는 제대로 들으면서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발음지도를 해야 한다.
듣기 지도나 발음 지도는 고도의 기교와 인내력이 수요되는 작업이다. 자칫하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엄중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 그리고 여느 민족 구성원이나 모어의 발음도 100%로 완벽할 수는 없음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의 ‘불완전성’은 허용해야 한다.
(20230330, 박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