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26. 전통시대의 동북아질서: 조공책봉관계
역사상의 중한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아래는 필자가 쓴 『중국의 개혁개방과 신동북아질서』(한국 인터북스, 2010년 출판, 238-239쪽)에서 옮겨온 것이다. 역사적으로 속국(属国)에는 내속(内属)과 외속(外属)이 있었는데 한반도 국가는 “외속”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시대의 동북아질서는 1840년 아편전쟁 이전의 동북아질서를 가리킨다. 수천년간의 전통시대를 돌이켜 보면 중국 국가와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어 왔다. 중국 국가의 동북아 중심국 지위가 확립되어 있은 역사 시기가 상당히 길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시기에 중국 국가와 주변 국가들에 의하여 형성된 동북아질서는 중국 국가를 종주국으로 하고 주변 국가들을 번속국으로 하는 특수한 국제질서였다. 중국이 여러 국가로 분열된 시기에도 중국 국가와 주변 국가들간의 종주국-번속국 관계가 지속된 시기가 적지 않았다.
통상 “조공책봉관계”라고 일컬어지는 중국 국가와 주변 국가들의 관계는 "서로 책봉과 조공의 예를 교환하지만 내정과 외교에 대해서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 宗屬關係"(김한규.한중관계사.서울:도서출판 아르케,1999.25.)였다. 이에 대한 이해는 아직 일치하지 않지만 필자는 그 특징은 아래와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조공책봉관계는 책봉 주체로서의 중국 국가를 종주국으로 하고 조공 주체로서의 주변 국가들을 번속국으로 하는 종속(宗屬)관계, 즉 종주국 대 번속국의 관계였다. 둘째, 종주국은 번속국의 내정과 외교에 간섭하지 않았던바, 조공책봉관계는 독립국 대 독립국의 관계였고, 번속국은 종주국의 일부분인 것이 아니라 종주국의 외국으로 취급되었다. 셋째, 종주국은 강자였고 번속국은 약자였던바, 번속국이 종주국에 종속(從屬)되어 있은 것은 아니었지만 양자의 관계는 완전히 평등한 국가간 관계는 아니었다. 넷째, 조공책봉관계가 유지되는 시기에 종주국과 번속국의 관계는 우호적이었지만 조공책봉관계가 파괴된 시기에 종주국과 번속국의 관계는 침략과 반침략, 지배와 반지배, 간섭과 반간섭의 적대적인 관계 또는 비우호적인 관계가 주도적이었다. 역사적으로 주변 국가들에 대한 중국 국가의 침략, 지배와 간섭이 실행된 적도 있었고, 중국 국가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침략, 지배와 간섭이 실행된 적도 있었지만 중국 국가와 주변 국가들간에는 우호관계가 유지된 시기가 훨씬 더 많았다.”
(20220324, 박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