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평화를 넘어 통일을 향해

이제 평화를 넘어 통일을 향해

0 7,102 2018.05.25 16:14

2018년 4월 13일, 상하이 신천지 랭함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99주년 기념식이 성대히 열렸다.

pic-1-.jpg

 

이맘때면 상하이에서 해마다 진행되는 기념행사이지만 내년에 100주년 행사를 맞아서인지 그기념 의미가 더욱 깊은듯 했다.

문재인대통령의  2018.3.1절 축하연설 영상 방송으로 시작된 기념행사는 숭엄하면서도 활기찼다.

 

상해한국학교 학생합창단 꼬마들의 고은 마음을 예쁜  목소리에 담아 부른“애국가”에 이어 애국선열들에 대한 묵념을 마친후 광복회 김구환사무총장이 “임시정부약사”를 소개했다. 보고는 약사답게 간단명료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였고 목소리도 적당한 무게감으로 귀맛이 좋았다..

pic-2-.jpg

 

 

뒤이어 이해찬 전 총리가 축사를 드렸다. 축사에서 전 총리는 당시좋은 시설도, 훌륭한 조건도 없었던 상하이마땅루의 작은 건물에 다만 뜨거운 애국심 하나로, 유성 같은 청춘으로 정히 심어진 애국의 씨앗이 한국을 오늘의 영광스러운 자주국가로 이끌었다면서 유공자와 그 후대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드렸다.

주상하이총영사관 박성원총영사는 “상하이 임시정부 역사는 단순히 뒤돌아 보는 지난일이아닌, 대한민국의 법통과 전통을 심어준 불멸의 역사이다”고하면서 어려운 여건속에서도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물유적과 중국내 기타 임시정부 유적지를 책임적으로 관리해주는 중국관련부문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뒤이어 심은빈 학생이 심훈 시인의“그날이오면은”을 차분한 목소리로 읊었다.

pic-3-.jpg

 

 

그날이오면

그날이오면은

삼각산이일어나더덩실춤이라도추고

한강물이뒤집혀용솟음칠

그날이

이목숨이끊기기전에와주기만한다면

…… ……

드는칼로이몸의가죽이라도벗겨서

커다란북을만들어

둘쳐메고는

여러분의행렬에앞장을서리다.

…… ……

 

드높은 격정으로 나라의 독립과 평화 그리고 통일을 갈망한 시의 구절마다 사람의 마음에, 피부에, 골수에 스멀스멀 파고드는듯, 장내는 사뭇 장엄한 기분에 휩싸였다.

한국의 유명한 배우인 송일국의 모친이자 전 국회의원 김을동여사는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 할머니의 긍지를 한아름 듬뿍 안고“대한민국만세” 삼창을 이끌었다. 배우의 어머니라서 그런지 그 소리가 더없이 우렁차고 제스처 또한 개성적이여서 멍한채 한눈을 팔다보니 사진기 샤타를 미처 누르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이 이어진 “회색낭만사 4인조” 의 축하공연이 그 아쉬움을 떨쳐줬다.

 

미남 4인 가수의 부드럽고 매끈한 화음으로 토해낸 열창 “아리랑”, “눈물젖은두만강”, “신흥무관학교교가” 등노래는 장내를 때론 정열의 도가니에로, 때론 눈물의 그 시절에로, 때론 추억의 전투현장으로 이끌었다.특히 스콜르랜드 민요 “잃어버린그날”에가사를 붙여 불렀다는“구애국가”의 선율이 아주 인상적이여서 웬지 가슴이 뭉클하게 들려왔다. 나뿐만 아니라 감격에 겨운 한 가수도 간주 사이에 슬그머니 머리를 돌려 눈굽을 훔치는듯 했다.

pic-4-.jpg

 

 

오찬 시작을 알리는 건배는 백범김구 손자가 진행했다. 멀리서 보니 강단에 오르도록 안내하는 것을 굳이 마다하고 앉은 자리에서 잔을 들었다.

pic-5-.jpg

 

 

“한반도가 통일되기까지 독립운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북의 통일을 위해 건배를 제안합니다. 건배~!”

역시 백범김구의 자손다운 기상이였다.

오찬이 끝나고 기념식도 마무리되었다.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비어지는 연회장에 잠깐 물끄러미 서 있었다. 두 귀로 심훈 시인의 시구가 다시 쟁쟁히 들려왔다.

그날이와서

오오

그날이와서

육조앞넓은길을울며뒹굴어도

그래도넘치는기쁨에가슴에미여질듯하거든

그자리에꺼꾸러져도

눈을감겠소이다.

 

 

심훈의 시를 마음속으로 다시 읊조려 보며 부디 이제 평화를 넘어 통일을 향한 그대들의 발걸음이 재우쳐지기를 두손 모아 기원했다.

 

 

글쓴이:방미선

 

2018년 4월 14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