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민항학구장 직무대행 첫날의 바쁜 행보
이귀화 민항학구장은 지난 학기부터 직장 일이 너무 바쁘고 건강에도 차질이 생겨 2024-2학기 개학 초 이미 사퇴 의사를 보였다. 작년부터 민항학구를 이끌어 적지않은 성과를 따낸 이귀화 학구장의 사퇴는 아주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학구장 교체가 불가피하였다. 사정이 급하게 되자 김성춘 교사가 “민항학구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되었다.
22일은 김성춘 직무대행의 첫날이다. 아침 일찍 절강성 가흥에 있는 집에서 출발, 8시 반에 지하철 숭쟝다쉐청역 2층 플랫폼에서 학교장과 회동하고 함께 지하철로 민항구 황화로에 있는 학교로 질주하였다.
3차례의 회의가 예약되어 있었다.
1. 민항2024반 학부모회의(10:00-12:00)
이 학급은 학생 4명이다. 회의가 열릴 때 학부모 3명이 참가하였다.
20240922, 민항2024반 학부모회의 시작
20240922, 민항2024반 학부모회의 계속
20240922, 수업이 끝나자 애들이 합류(학부모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
김성춘 대행의 안배에 따라 학교장이 화동조선족주말학교 역사와 현황을 소개하고 직면한 문제들에 대하여 설명하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학부모들은 몇 가지 문제들을 제기하였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쌤의 요구에 따라 학부모회장 선거, 8.28 장기자랑대회 참여 등 문제를 검토하였다.
(1) 숙제 문제에 대한 학교장의 답복:
학교의 규정에 의하면 담임교사는 반드시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어야 한다. <워크북> 내용을 숙제로 낼 수도 있고 추가로 숙제를 낼 수도 있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숙제 완성 상황도 체크해야 한다. 모든 학급들에서 이렇게 하기 바란다. 학생들의 숙제 완성 과정은 학부모와 자녀가 한국어 학습에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학부모도 이 기회를 활용하여 자녀의 한국어 학습 상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영상으로 애들의 학습상황을 공유하여도 좋다.
(2) 민항2024반 학부모회장 선거
반복적인 추천과 사양을 거쳐 김리아 학생의 아빠 김성군(남) 씨가 민항2024반 학부모회장을 맡기로 하였다. 좀 늦게 회의에 참가한 김리아 학생의 엄마는 남편이 학부모회장 직을 잘 실행하도록 노력하겠음을 통쾌하게 표시하였다.
(3) 8.28 장기자랑대회 참가 여부
4명 학생 전부 참가, 7명 학부모 함께 참가하기로 하였다.
2. 민항2024-2반 학부모회의(15:00-17:00)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민항2024-2반이 수업하는 사이에 김성춘 대행은 이 학급 학부모회의를 소집하였다. 4명 학부모가 참가하였다. 그리고 민항2024유아반 두 명의 학부모도 함께 하였다.
20240922, 민항2024-2반 학부모회의
(왼쪽 제3ᆞ제4 두 명은 민항2024유아반 학생의 학부모)
학교장의 학교 소개 이후 학부모들은 여러가지 문제들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학부모회장 선거, 8.28 장기자랑대회 참가 여부 등을 검토하였다.
(1) 온라인 한글반 개설
온라인반 개설에 관한 학부모의 물음에 학교장은 다음과 같이 답복하였다
“학교에서는 온라인반 개설도 지지한다. 이번 학기에도 온라인반 모집 광고를 냈는데 신청자가 없었다. 향후 다시 추진해 볼 수 있다.”
(2) 학생모집 광고
민항2024유아반 두 학부모는 “우리는 집이 민항구에 있는데 상하이에 한글주말학교가 있는 줄 모르고 애들을 화쵸분교에 보냈는데 거기서 상하이에도 주말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향후 홍보사업을 강화하기 바란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학교장의 답복은 아래와 같다. “우리학교에는 공식계정도 있고 웹사이트도 있고 위챗방도 아주 많다. 그럼에서 아직도 많은 분들이 <화동조선족주말학교>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아주 부끄러운 일이다. 향후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은 <抖音>이 효과가 좋다고 하였다. 이에 학교장은 “고려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학교 웹사이트 기사에 대한 클릭수도 꽤 높은 편이라 많은 분들이 들어와 보기 바란다.”고 말하였다.
(3) 학부모회장 선거
이번에도 반복적인 추천과 사양을 거쳐 결국 홍명욱ᆞ홍재욱 학생의 아빠 홍광일 씨가 민항2024-2반 학부모회장을 맡기로 하였다.
(4) 8.28 장기자랑대회 참가 여부
민항2024-2반 5명 학생 중 3명 참가, 1명 미정, 1명 불참, 민항2024유아반 2명의 학부모는 모두 참가하겠다고 말하였다.
이에 김성춘 대행은 “민항2024유아반은 학생이 9명인데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기 바란다”고 말하였다.
3. 민항학구 교사 회의(14:00-15:00)
정혜민(민항2024유아반 교사)ᆞ김선(민항2024-2반 교사) 두 분의 담임교사가 참가하였다. 학교장은 학교 소개 이후 교사들이 제기한 문제들에 다음과 같이 답복하였다.
(1) 빔 프로젝트의 사용 관련
“민항학구에서 이에 대하여 여러 번 제기하였다. 학교 팀장 위챗방에서도 여러 번 검토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현재 사용하는 교실 상황을 보면 결정하기 힘든 점도 있다. 하지만 유아반 학생수가 9명이나 되어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것 같다. 학교에 있는 빔 프로젝트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려한다.”
(2) 보조교사
“예전의 경험에 의해 보면 유아반 학생수가 9명이 되어 보조교사가 필요하다. 학구에서 책임지고 속한 시일 내에 고등학교나 대학생, 또는 학부모 중에서 선정하기 바란다. 학교에서는 적극 지지한다. “
(3) 어린이 도서
“교사나 학부모가 재미있는 그림책을 어린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은 아주 좋은 한국어 교육 방식이다. 우리학교에는 어린이 한글 도서가 아주 많다. 그리고 민항에는 이노 한글코너가 있다.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책들을 새로 20-30권 더 가져다 놓기 바란다. 한글코너가 좋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성춘 민항학구장 직무대행과 이노한글코너(20240922)
4. 학교장이 오늘 특별히 강조한 사항
“한글주말학교는 우리 조선족 어린이들의 우리말글 학습에서 아주 필요하다. 애가 주말학교를 다니지 않는 상태에서 부모가 애에게 우리말글을 가르치려면 애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하지만 주말학교를 다니는 애는 부모한테서도 우리말글을 배우기 좋아한다.”
“그럼 중국 조선족 ‘전면 산재’ 시대에서 주말학교 교사와 학부모가 어린이의 우리말글 학습에서 하는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나는 부모의 역할이 교사보다 더 크다고 본다. 교사의 수업시간은 한 주에 2시간뿐이다. 만약 이 두 시간만으로 애가 우리말글을 배워내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완전 착각이다. 학부모의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한 주 동안 선생님은 애들을 2시간 가르치지만 학부모는 <24시간ⅹ7-2시간=166시간> 애들과 함께 한다. 만약 이 166시간 동안에 애들이 우리말글과 “접촉”이 없다면 아무리 천재적인 애라도 한 주가 지나면 배운 것을 다 잊어버리고 만다. 주말학교는 날마다 수업하는 전일제 학교와는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학부모는 집에서 애들의 우리말글 교사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한테서 2시간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말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교과서를 펼쳐 놓고 학부모가 다시 가르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럼 학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부모도 정말 바쁘다. 애들을 가르치려 해도 시간이 없다. 또한 날마다 직장에서 일하느라 너무 피곤하다. 우리는 반드시 학부모가 편하게, 수업시간을 추가하지 않고 애들에게 우리말글을 가르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서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1) 부부간에 우리말을 사용한다. 이는 애들에게 수시로 우리말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해 주는 것이다. 애들은 거의 아무런 추가 노력도 안 하면서 수많은 한국어 단어, 문구, 의사 표달 방식 등을 배우게 된다.
(2) 자녀에게 우리말을 한다. 어제부터 그렇게 하였으면 제일 좋았다. 오늘부터라도 늦지 않다. 내일부터는 너무 늦다. 알아 듣지 못하는데? 처음에는 번역해 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물을 보여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날마다 그렇게 하면 애들의 듣기능력이 높아지면서 애들은 다 알아 듣는다. 물론 애들은 우리말을 하지 않고 중국말을 할 수 있다. 부모는 우리말, 애들은 중국말, 이런 방식의 대화도 괜찮다. 애들의 듣기능력, 통역능력은 대단히 높아진다.
(3) 자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 한 번에 5분간이면 충분하다. 한 책을 30번 정도 읽어주면 된다. 애들은 중복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4) 한국 TV 방송을 시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한다. 이런 방법은 결코 학부모들의 피로를 더 하지 않으면서 애들의 우리말 수준을 높이는 데에 일조할 것이다.
5. 귀가 도중
오후 5시에 김쌤이 준비했던 회의는 전부 완료, 김쌤과 나는 귀갓길에 올랐다. 오늘 회의는 모두 성공, 우리는 민항학구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마음이 가벼운 기분이었다.
문뜩 1968년 8월부터 시작된 “집체호” 때의 일이 생각났다. 집체호 땔나무를 마련하기 위하여 겨울이 되면 우리는 수레를 몰고 30리나 되는 산에 가서 도끼로 나무를 찍어왔다. 빈 수레를 끌며 일하러 가는 소가 너무 더디게 걸어 우리는 가끔 나무가지로 소 엉덩이를 때려 독촉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나무를 찍어 발구로 산에서 끌어내리고, 다시 수레에 싣고 집으로 올 때면 날이 저물어 길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소는 나무를 가득 실은 수레가 무겁고 배도 고팠겠지만 성큼성큼 힘차게 발을 앞으로 내디딘다.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성취감에서였을까? 아니면 맛있는 “저녁식사”를 생각하여서였을까?
그때의 소의 심경이 지금의 우리와 비슷하였을까. 승객으로 꽉 찬 지하철 차안에서 우리는 별로 피로감도 없이 손잡이에 몸을 담고 앞으로 달렸다. ㅁㅁㅁ
(20240923, 박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