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화동조선족주말학교 교사연수회 개회사
박창근(복단대학 교수, 화동조선족주말학교장)
안녕하세요.
코로나의 위협과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오늘 연수회 현장에 오신 모든 분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오늘 연수회에 참석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오늘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자료집 머리말과 후기에 적어 놓았습니다. 여기서는 좀 다른 방식으로 얘기해 볼까 합니다. 저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출장을 자주 다녔습니다. 국내 출장으로 다른 소수민족 친구들을 만나거나 국외 출장으로 외국에 사는 우리민족 동포들을 만났을 때 가장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중국 조선족의 대다수가 자기 민족어를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왜 이럴 수 있었는가? “조선족 마을”과 조선족 학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족 마을”은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말을 배우는 요람이었고 조선족 학교는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글을 익히는 온상이었습니다.
우리말글의 보금자리는 개혁개방에 힘입어 1980년대 말까지 성장일로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 조선족의 “농촌에서 도시로, 관외에서 관내로, 중국에서 국외로”의 인구 이동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30년간 인구 대이동의 결과는 중국 조선족 인구의 3분화입니다. 일부는 한국 등 국외로 흩어지고, 일부는 관내의 북경, 청도, 상해, 광주 등 대도시와 그 주변, 그리고 기타 각 성ㆍ시에 흩어졌습니다. 연변을 포함한 동북 3성에는 중국 조선족 인구의 약 1/3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말의 요람, 우리글의 온상은 이제 얼마 안 됩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민족어는 또 한 차례의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조선족 학교에서 모든 교과는 한어로 가르치고, 조선어는 하나의 선택과목이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 조선족이 정부 혜택에 의해 자기 민족어를 보전하던 시대가 지나갔음을 의미합니다. 중국 조선족에게는 진정한 시련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과연 우리도 대다수 재러ㆍ재일ㆍ재미 등 재외 동포들처럼 우리말글을 “망각”할 수밖에 없는가? 이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현재로서는 조선족주말학교가 가장 현실적입니다. 한편, 우리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우리말글 학습이 다른 과목 학습에 영향 주면 어쩌나 하여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요새 한 청화대학 조선족 신입생이 답변해 주었습니다. 무려 9학기, 즉 4년 반 동안 연속하여 우리 주말학교를 다닌 김군림 전 메이룽2011반 학생입니다. 우리말글 공부가 그의 다른 과목 공부에 어느 정도 도움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부담은 되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된 셈입니다. 혹시 주말학교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땄으리라는 가정도 가능하지만 반론도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의 판단이라 생각되는데 김군림 아빠는 현재 2살밖에 안되는 둘째 아이가 크면 우리 주말학교에 보내겠다고 언약해 놓았습니다.
시간상 관계로 진일보한 토론은 일단 뒤로 미루겠습니다. 모두들 공감하시겠지만 코로나와 싸우면서 연수회를 조직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특강 강사들, 발표자들, 그리고 실무담당자들에게 박수로 감사드립시다.
마지막으로 오늘 온ㆍ오프라인 교사연수회가 성공리에 열리기를 기원하면서 저의 인사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