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2022유아반 개학식에서의 축사

민항2022유아반 개학식에서의 축사

박창근 0 2,497 2022.11.20 10:50

민항2022유아반 개학식에서의 축사

 

박창근 화동조선족주말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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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선, 화동조선족주말학교 민항2022유아반의 설립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우리학교는 2011년 9월 17일 설립되었는데 초창기는 양푸ㆍ푸둥ㆍ민항에 각기 1개 반씩 있었습니다. 11년이 지난 현재는 상하이에 보산, 푸둥, 린강, 쟈딩, 민항, 쥬팅, 숭쟝다쉐청, 칭푸 등 8개 학구가 있고, 강소성에 곤산, 화쵸, 소주희망, 상주, 쟝인, 무석 등 6개 분교가 있으며, 절강성에 가흥, 항주, 소흥, 주지, 이우, 닝버 등 6개 분교가 있습니다.  2022-2학기 현재 학급 60여 개, 교사 60여 명이 있고 학생수는 4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우리학교는 현재 중국에서 규모가 제일 조선족주말학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아직 아주 부족하고 학생수는 아직 너무 적습니다. 2020년 11월 1일 기준으로 상하이 조선족 인구는 25404명, 강소성 조선족 인구는 17129명, 절강성 조선족 인구는 12525명으로 호소절 조선족 인구는 도합 55058명입니다. 그러므로 호소절 조선족주말학교 학생수는 약 4000-5000명 정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습니다.

 

그런데 교육이란 소리나 빵빵 치며 다닌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한두 해에 상하이에 100개 학급을 만든다고 허풍 쳐서 될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말글은 우리민족의 영혼”이라는 등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치고 다녀서 되는 일도 아닙니다. 우리말글 학습의 당위성에 대한 연구나 논의가 필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행동이고 실천입니다. 우리말글 학습의 당위성을 100번 말하는 것보다 우리말글 주말학교 학급을 하나 만드는 것이 더 보람있는 일입니다.

 

때문에 오늘 민항2022유아반 설립은 정말 기쁜 일입니다. 2019년 제2학기까지 민항학구에도 유아반이 있었습니다. 당시 학생은 7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담임 교사가 직장 일이 많아져 학교를 떠난 후 2000년부터 민항 유아반은 없어졌습니다. 주 원인은 교사가 없어서였습니다. 이번에 이금실 선생님이 맡아 주셨기에 민항학구 유아반 설립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금실 선생님은 한국인으로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서는 중국어를 배운 적이 있으며 다년간 상하이 엔젤유치원과 예창유치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때문에 수업에 대해서는 이 선생님이 아주 잘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저로서는 애들이 잘 놀면서 잘 배우기 바랍니다.

 

하지만 민항2022유아반이 잘 되기 위해서는 담임 선생님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말학교는 일주일에 2시간 수업입니다. 만약 이 두 시간 외에 어린이들이 우리말글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다면 어린이들은 다음번 수업할 때는 아마도 먼젓번에 배운 것을 모두 까먹게 될 것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학부모들이 협조하는 것입니다. 그럼 학부모들은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 여기서 몇 가지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부부간에 우리말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린이들의 듣기 능력은 자연적으로 향상하게 됩니다. 보기가 인지 능력의 가장 중요한 기초라면 듣기는 언어 능력의 가장 중요한 기초입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알아들을까봐 부부 싸움할 때만 우리말을 썼다는 분들도 있은 같은데 향후는 아이들이 우리말을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 부부간에 늘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둘째, 학부모들이 자녀와 우리말을 쓰는 것입니다. 많은 조선족 학부모들은 애들이 탁아소 다닐 때는 학부모와 우리말을 했는데 유치원을 다니면서 집에 와서 한어만 해서 결국 서로간에 한어만 사용하게 됐다고 합니다. 바로 그때가 고비입니다. 애들이 한어를 하더라도 학부모는 그냥 우리말을 해야 합니다. 학부모들은 우리말을 하고 애들은 한어를 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해도 괜찮습니다. 애들은 우리말 듣기 능력, 통역 능력과 어휘량이 늘게 됩니다. 이런 애들은 비교적 빨리, 비교적 쉽게 우리말글을 배워낼 수 있습니다. 물론 자녀가 학부모와 우리말로 대화할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셋째,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한 편의 글을 쓴 적이 있어 여기서 중복하지 않겠습니다. 학교 웹사이트에 실어 놓았습니다. 그림책 읽어주기에 대하여 열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넷째, 가족 내에 우리말글 및 전통문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글로 된 책, 특히 그림책, 동영상 제품, 전통 명절, 한국어 방송 등을 애들이 자꾸 접촉할 기회가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애들의 주말학교에서의 우리말글 학습에 관심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뭣을 배웠는가 알아보기도 하고, 배운 것을 아는가 검사도 해보고, 숙제 완성 상황을 알아보기도 하면 좋겠습니다.

 

시간상 관계로 오늘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애들이 제대로 우리말글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말학교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여러 학부모님들이 이해하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날마다 10분 정도 할애해도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민족의 후세들이 우리말글 전통문화를 배우도록 하기 위하여 학구장, 교사, 학부모들이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서로 잘 협력하기 바라면서 민항2022유아반이 우수한 학급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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