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한 방송 인터뷰>
(2024년 9월 3일)
(모 방송사 기자로부터 9월 3일 오전 8:30 방송 인터뷰 요청이 있었고 9월 2일에는 그가 보낸 아래의 ‘물음’을 받았다. 원래는 응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 주말학교에 유리하지 않겠는가고 생각되어 응하기로 하고 준비도 하였다. 결국 이 인터뷰는 불발되었다. 하지만 그 기자의 ‘물음’을 통하여 사회의 일부에서 우리학교에 대하여 뭣을 알고 싶어하는가, 그리고 나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되어 ‘준비물’을 여기에 공개한다. ‘문’은 기자의 물음이고 ‘답’은 내가 말하려는 것이었다. ---20240905, 박창근)
복단구시연수학원 조선어반으로 출범(20110911)
문: 안녕하십니까? 간단한 자아소개 부탁드립니다.
답: 저는 이름이 박창근입니다. 연변 화룡시 출신이고 1978년에 상해에 왔습니다. 학자로서 저는 시스템학과 한국학를 연구하였습니다. 시스템학 연구에서는 <시스템학 입문>(系统学基础)이란 책을 만들었고 한국학 연구에서는 <한강기적의 풀이>(解读汉江奇迹)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화동조선족주말학교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문: 현재 교장님께서는 화동우리말 학교를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학교는 어떤 상황입니까? 학생과 선생님은 몇명이 있고 졸업생은 또 몇명 정도 됩니까?
답: 저희 학교 이름은 화동조선족주말학교입니다. 우리학교는 상하이에 8개 학구, 절강성에 6개 분교, 강소성에 6개 분교가 있습니다. 2024년 현재 학생은 400여 명, 교사는 70여 명 있습니다. 우리학교에는 졸업생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문: 학교는 언제 성립되었습니까?
답: 2011년 9월 17일 설립되었습니다.
문: 우리말 학교를 운영하시며 가장 어려웠을 때가 언제입니까?
답: 코로나19가 범란하던 2000-2022년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온라인/오프라인 방식으로 수업을 견지하여 이 3년간 학생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문: 현재 상해지역에 우리말 학교가 대략 몇개 정도 됩니까?
답: 여기서는 보통 상해시, 절강성, 강소성, 안휘성 3성 1시를 화동지역이라 합니다. 이 3성1시에는 한국인 한글 주말학교가 12개소, 조선족주말학교가 3개소 있습니다. 이 중 규모가 제일 큰 것은 화동조선족주말학교입니다. 전 중국에서 규모가 제일 큰 조선족한글주말학교입니다.
문: 상해라고 하면 많은 조선족분들이 계시는데 대략 얼마정도 되는지 아십니까? 주로 어느 구역에 집거해 있는가요?
답: 2010년 인구통계 때 상하이 조선족 인구는 22257명이었고, 2020년 인구통계 때 상하이 조선족 인구는 25404명이었습니다. 널리 흩어져 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비교적 많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은 민항구, 숭쟝구, 푸둥신구입니다.
문: 상해의 복단대학에서 퇴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복단대학에서 어떤 학과의 강의를 주로 하셨습니까?
답: 시스템학, 한국산업정책, 한국개황 등 강의를 하였습니다. 주로는 한국 관련 연구를 했습니다. 한국산업정책, 한강기적(한국현대화방식), 중한 관계, 동북아 국제관계 등을 연구하였습니다.
문: 사실 퇴직하시면 편하게 려행을 다니시거나 고향에 가셔서 천륜지락을 누리는 분들이 많은데 교장선생님은 왜 다시 우리말 교육에 종사하시게 되였습니까? 어떤 특별한 사연은 있으십니까?
답: 책벌레라는 말과 일벌레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생시절에는 책읽기 좋아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일하기를 좋아했습니다. 무슨 일이나 하기 좋아하였습니다. 육체노동도 하기 좋아했고, 정신노동도 하기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는 그냥 놀면서 여생을 보내려는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뭘 할까 하는 데서는 좀 고려가 있었습니다. 시스템학 연구, 한국학 연구에도 할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연구에는 끝이 없습니다. 고려하던 중 재직시기에 있었던, 정년퇴임 후 <한글서원>을 해보려는 생각을 실천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조선족주말학교를 개설한 데에 특별한 사연이 있은 것은 아닙니다. 산재지역 우리민족 자녀들이 민족어를 모르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빤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민족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우리말 우리글을 배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그 누군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입니다.
문: 현재 학교를 운영하시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었인가요?
답:
1) 학생 모집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족 학생수는 증가하는데 조선족 학생수는 줄고 있습니다.
2) 교사진의 불안정입니다. 교사진은 전부 겸직입니다. 때문에 본직에서의 일이 바빠지면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3) 결국은 운영비 부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민족 교육 사업이라 학비를 적게 책정하다보니 운영비가 부족합니다. 운영비가 부족하니 전임 교사나 전임 직원을 채용하지 못합니다. 70여 명 교직원 중, 전임은 제 혼자입니다. 매일 10시간 정도, 일년에 350일 정도 일을 합니다. 그리고 저는 급여가 없습니다. 13년간 이렇게 하였습니다. 일벌레의 소원을 푸는 것 같습니다. 저 뿐만 아닙니다. 학구장과 분교장도 무료 봉사입니다. 그들은 보통 겸직입니다. 본직 일이 바빠지면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저도 이러한 운영방식이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향후 지속가능한 운영방식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문: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어떤 분들입니까?
답:
1) 자녀를 우리주말학교에 보내온 모든 학부모들에게 감사합니다.
2) 지난 10여년간 우리학교 교직을 맡았었거나 현재 맡고 있는 모든 전현직 교사들에게 감사합니다.
3) 지난 10여년간 우리학교를 지지하고 후원해 준 모든 개인과 단체에 감사합니다.
문: 특히 요즘처럼 대부분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 타지에 정착하는 경우가 늘며 자녀의 우리말 교육이 참 어렵습니다. 주변에 우리말 학교가 없어 배워줄 수 없어 가장이 배워준다고 할때 어떤 방법을 택하면 가장 좋을가요?
답:
현대 사회에서 교육이라 하면 가정교육, 학교교육, 그리고 사회교육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정교육은 가정의 형성과 함께 발생한 것이고, 사회교육은 사회의 형성과 함께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일정한 사회 발전 단계의 산물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학교교육이 없는 민족은 존속 불가능합니다.
민족어 교육도 가정에서의 민족어 교육, 학교에서의 민족어 교육, 사회에서의 민족어 교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학교교육이 없는 민족어 교육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혹시 소수의 개인은 성공할 수 있겠지만 민족 전체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말 학교가 없으면 우선 학교를 세워야 합니다. 반드시 정규학교여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말학교라든가 야간학교라든가 모두 괜찮습니다. 저는 농민 시절, 대학생 시절, 대학교수 시절에 이러한 비정규학교에서 가르치거나 배운 적이 있습니다.
중국 조선족 사회는 지난 수십년간 <대산재 소집거> 구조에서 <소집거> 구조가 해체되거나 왜소화되어 <전면 산재> 구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은 이러한 <전면 산재> 시대에 적합한 생활방식 및 교육방식을 개발해야 합니다. 우선 민족어 교육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ㅁㅁㅁ
(20240903, 박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