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청각장애 가진 아기 치료 6개월 만에 듣고 말해

선천성 청각장애 가진 아기 치료 6개월 만에 듣고 말해

운영자 0 709 05.11 19:18

선천성 청각장애 가진 아기 치료 6개월 만에 듣고 말해


박지민 기자

입력 2024.05.11. 03:00업데이트 2024.05.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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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제로 선천성 난청 질환을 고친 생후 18개월의 오팔 샌디(가운데)가 부모와 활짝 웃고 있다. 정상 유전자를 달팽이관에 주입해 청각 세포가 재생돼 청력을 되찾았다./영국 케임브리지대학병원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생후 18개월 오팔 샌디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dB(데시벨)에 달하는 항공기 굉음도 듣지 못했다. 청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선천적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샌디는 20분도 걸리지 않는 수술을 받고 청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작은 소리도 또렷하게 듣고 ‘엄마’ ‘아빠’ ‘안녕’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를 담은 치료제를 달팽이관에 주입했더니 청각 세포가 기능을 되찾은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원은 9일 유전자 치료제 임상을 통해 샌디를 포함한 난청 유전 질환 아기 2명이 청력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번의 투약으로 희소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유전자 치료제’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선천적 유전병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유전자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각종 질병을 정복할 치료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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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원은 이번 임상에 미국 바이오 기업 리제너론(Regeneron)의 유전자 치료제 ‘DB-OTO’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청력을 되찾은 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토페린’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소리를 듣지 못했다. 오토페린 유전자는 달팽이관에서 뇌로 소리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을 한다. 리제너론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정상 오토페린 유전자를 담은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를 아이들의 달팽이관에 주입했더니 정상 유전자가 변이 유전자를 대체하면서 청각 세포가 재생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치료를 진행한 병원 측은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전역에 약 2만명이 오토페린 유전자 변이로 청각 장애를 겪고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청력 장애에 대한 치료법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했다.

◇희소병 잡는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는 다양한 유전성 희소 질환 치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앞을 볼 수 없었던 환자의 눈을 뜨게 한 사례도 최근 나왔다. 지난 6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연구진 등은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 환자 14명의 망막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치료제를 주입한 임상에서 11명의 시력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LCA는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에 문제가 생겨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망막의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CEP290′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10만명 중 2~3명꼴로 나타나는 희소 난치 질환인데, 미국 바이오 기업이 유전자 치료제를 망막에 주사해 효능을 확인했다. 유전자 가위가 CEP290의 돌연변이를 잘라내 망막 기능을 복원한 것이다.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세러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카스게비’는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승인 받고 겸상 적혈구 증후군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도 도전

한국도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 1월 난치성 질환인 ‘유전성 하지 강직성 대마비 증후군(HSP)’에 대한 유전자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HSP는 다리 근육이 점차 뻣뻣해지고 약해져 마비에 이르게 되는 유전성 신경계 질환이다. 10만명당 1.8명꼴로 발생하는 희소병이다. 연구팀은 HSP 발병을 막는 유전자를 바이러스 전달체로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동물실험으로 효능을 확인했다. 치료제를 투여받은 실험 쥐 다리의 강직성이 줄어들고, 보행 장애가 개선된 것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10일 차바이오그룹은 연면적 6만6115㎡ 규모의 유전자 치료제 시설을 내년 12월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등이 공동 출자해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가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 회사 ‘라투스 바이오’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중추신경계 질환에 작용하는 유전자 치료제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희소 질환의 경우 유전자 치료제 외에 대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유전자 치료제가 다양한 희소 질환을 정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ㅁㅁㅁ

출처: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4/05/11/VJUWNQ7PBJDVLODJL6IOHWW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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