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안 가르쳐줘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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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0 628 06.11 05:29

"더 이상 안 가르쳐줘도 됩니다"

K편의점, 점포수·매출 상승세…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日은 주춤

 

석남준 기자

입력 2024.06.1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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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수출입MD(상품기획자)팀은 월 1회꼴로 해외 출장을 떠난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출장지의 90%가 일본이었다.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어떤 상품을 팔고 있는지 살펴보고 벤치마킹하면 국내에서 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들어 한 차례 일본 출장을 다녀온 게 전부다. 하반기 출장 예정지에 일본은 없다.

 

‘K편의점’이 일본 편의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일본을 벤치마킹하지 않고도 생존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편의점 점포 수가 줄어드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편의점은 점포 수와 매출 모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오히려 일본 편의점이 한국 업체를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나온다. K편의점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일본 편의점이 장악한 동남아시아에선 ‘편의점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주춤, 한국 편의점은 계속 성장 중

 

편의점의 최초 발상지는 미국이다. 하지만 일본이 1974년 편의점을 도입한 후 ‘일본화’에 성공, 백화점 매출을 꺾는 등 소매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1991년 경영난에 빠진 미국의 세븐일레븐 운영사를 사들이기도 했다.

 

한국에선 일본보다 15년 늦은 1989년 서울 송파구에서 1호 편의점(세븐일레븐)이 문을 열었다. 24시간 영업, 주먹밥(오니기리) 판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일본 편의점의 성공 요소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이후 후발 주자인 한국 편의점 기업들은 일본 편의점을 벤치마킹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편의점 업체마다 “무조건 일본을 따라 하면 성공하던 시절은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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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일본 내 편의점은 2022년 6월 5만5887개를 기록한 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4월(5만5647개)까지 한 달도 빠짐없이 점포 수가 줄고 있다. 반면 한국 편의점 수는 2018년 3만8451개에서 작년 5만5580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요즘 편의점 상품 기획자들은 일본 출장 대신 국내 방방곡곡을 돌며 맛집을 찾아다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최신 유행과 소비자가 원하는 새 상품을 빠르게 기획하는 게 핵심 업무”라고 말했다.

 

◇“1년에 신제품 1000개 쏟아내는 한국”

 

국내 편의점이 일본 업체를 뛰어넘은 비결로 신상품과 판매 이벤트를 쏟아내는 ‘기획력’이 꼽힌다. 국내 편의점에선 골드바·자동차·안마의자 등 편의점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색 상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기업과 협업한 ‘컬래버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GS25 관계자는 “한 해 내놓는 신제품 수가 1000개가 넘는다. 하루에 3개가 넘는 셈”이라며 “이게 가능한 것은 특유의 한국식 순발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년만 보면 한국 편의점은 혁신 속도에서 일본 업체를 능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배달 서비스, 모바일 앱 서비스 등을 일찌감치 도입했고, 일본은 뒤늦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본 편의점은 여전히 점포 내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곳이 많은데, 한국 편의점을 벤치마킹해 카페형 편의점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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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CU 관계자는 “일본 편의점들은 공급자 중심에서 ‘점포에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상품을 준비했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한국은 동네 구멍가게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일본보다 더 좁은 공간에 더 재밌는 제품을 진열하는 공간 연출에 더 경쟁력이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편의점이 물건을 사서 바로 나가는 곳이라면, 한국 편의점은 오랜 시간 머물며 음식을 먹고 쉬다가 나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측면도 차이점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에 테이블을 놓는 전략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매출에도 도움이 되자, 일본 편의점들이 이를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후지TV는 CU가 작년 12월 만든 라면 특화 편의점에 취재를 나오기도 했다.

 

◇편의점 한일전이 펼쳐진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내수 시장만 바라볼 없는 한국 편의점은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GS25는 베트남, 몽골 등에 562점포를, CU는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543점포를 열었다. 후발 주자인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에 52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달 캄보디아에 1호점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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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일찌감치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일본 편의점도 K편의점의 진격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는다. 자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해외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아이 홀딩스와 로손은 앞으로 3년 동안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 편의점을 1만여 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편의점 한일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6/11/MH32JRFCFZFIXLMUAYHUFCK7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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